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7)
사람이 되세요
그 때는 몰랐다.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분의 말이 이만큼 세월이 지나도록 남아 있으리라고는. 1978년 찬냇골이라 불리는 냉천동 감신대에 입학했을 때, 우리에게 윤리학을 가르쳤던 분이 윤성범 교수님이었다. 당시 학장직도 함께 맡고 계셨다. 가냘픈 몸매며 나직한 목소리며, 천생 선비를 연상케 하는 외모를 지니신 분이었다. 강의의 내용도 마찬가지여서 유교(儒敎)를 기독교와 접목시키는 일에 천착해 계셨다.
시험을 볼 때면 칠판에 문제 서너 개를 적은 뒤 시험지 나눠주고 당신은 슬그머니 교실을 빠져 나가곤 하셨다. 뒷면까지 쓰면 안 볼 거라는 한 마디를 남기시고선. 그런 일 자체가 우리에겐 대단한 윤리 공부였다. 몇 번인가 강의실에서 말씀하신 것이 있다.
“우리가 하나님께 십일조를 바치듯이, 교회도 사회를 위해 십일조를 바쳐야 해요.”
“경험에 비춰보면 150명 정도가 교회로선 제일 적합한 규모 같아요. 그러니 큰 교회 이루려 하지 말고, 좋은 교회를 이루세요.”
분명 잔잔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윤리학 교수님다운 이야기였다. 뜨거운 사명감을 가진 신학생들에겐 뭔가 시시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 들었던 말들이 지금껏 마음에 남아 있다. 금방 지워질 것 같았던 말들이 말이다. 그렇게 남은 말 중엔 다음과 같은 말도 있다.
“좋은 목사가 되기 전 먼저 좋은 신자가 되세요. 좋은 신자가 되기 전 먼저 좋은 사람이 되세요.”
왜 그럴까, 갈수록 그 말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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