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76)
죄와 벌
며칠 전 ‘석고대죄’와 ‘후안무치’에 관한 글을 썼다. 웹진 <꽃자리>를 꾸려가는 한종호 목사님이 어디서 찾아냈는지, 석고대죄에 관련된 사진 하나를 함께 실었다. 누군가 공책 위에 한문공부를 하듯 席藁待罪라 쓰고는 그 뜻을 손 글씨로 적은 걸 찍은 사진이었다.
席藁待罪라는 네 글자 위에 뜻을 푸는 순서를 숫자로 정해놓았는데, 2-1-4-3 순이었다. 藁 - 席 - 罪 - 待 순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점선을 따라 이어 놓은 뜻풀이가 재미있었다.
‘짚으로 짠 거적을 - 깔고 앉아 - 죄 주기를 – 기다리다.’
사진 속 내용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던 것은 첫 목회지였던 단강마을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단강 사람들의 말버릇 중의 하나가 ‘벌 받는다’를 ‘죄 받는다’고 하는 것이었다. 죄를 지으면 죄에 대한 대가로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이치,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은 그냥 “그러다간 죄 받지” 식으로 말하곤 했다.
어쩌면 그것은 ‘죄’ 와 ‘벌’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 죄를 지으면 으레 벌이 따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죄와 벌의 경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생각하는 마음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런데 사진 속 席藁待罪도 ‘罪’를 ‘죄 주기를’이라 풀고 있으니, 오래 전 단강 마을 사람들이 떠오를 법도 했다.
맞다, 席藁待罪의 ‘罪’는 ‘죄 주기를’이라 이해를 하는 것이 적절할 지도 모를 일이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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