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80)
부르지 말아야 할 이름
5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뉴질랜드 총격테러 사건은 하필이면 크라이스트처치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의 이슬람 사원에서 일어났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자부했던 뉴질랜드가 큰 슬픔에 빠진 가운데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리더십이 조명을 받고 있다. 대형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뉴질랜드가 크게 동요하지 않은 이유는 아던 총리의 기민한 대응 덕분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한다.
무엇보다도 아던 총리가 검은 히잡을 쓴 채 진심 어린 표정으로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모습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포용과 평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충분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던 총리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회 연설을 하면서 “더 이상 크라이스트처치 총격범 이름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격범의 이름을 부름으로 그의 악명이 높아지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악명을 떨치길 원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에게 이름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그는 테러리스트이고 범죄자이며 극단주의자다. 하지만 내가 말할 땐 이름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 간청한다. 희생자들을 데려간 사람의 이름보다는 우리가 잃은 사람들 이름을 말해 달라.”
희생자들을 데려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느라 정작 희생자들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일이 우리에게는 있다. 맞다, 우리에게는 부르지 말아야 할 이름이 있다. 부르지 말아야 할 이름 대신, 기억해야 할 이름을 불러야 한다.
-한희철 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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