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96)
신기한 아이들
정릉교회에서 갖는 속회지도자 세미나가 있어 아이들과 동행을 했다. 군산에 있는 아펜젤러순교기념교회와 금산교회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두 곳 교회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함께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거니와, 행사를 마친 후 인근에서 시간을 조금 더 보내려고 차를 따로 가지고 갔다. 고속도로에 전용차선이 있으니 버스는 싱싱 달릴 터, 승용차가 늦을까 싶어 일찍 떠났는데 생각보다 먼저 도착했다.
아펜젤러순교기념교회 마당에는 운동신경이 민첩한 개가 있었다. 공을 척척 막아내는 재주가 남달랐다. 공을 기다리며 취하는 준비 자세는 마치 페널티킥을 막기 위한 골키퍼의 자세와 거반 다를 것이 없었다. 공중 볼이든 땅볼이든 척척 입으로 물어 공을 막아냈다. 다 막아낼 터이니 다시 한 번 차보라는 듯 입에 물었던 공을 뱉어주는 친절함이라니!
개와 재미있게 놀다가 그래도 시간이 남아 찾아 나선 곳이 예배당 앞에 있는 갈대정원이었다. 갈대 사이로 산책길을 만들어 놓아 걷기에 좋은 길이 가까이에 있었다. 먼저 길을 나서 한동안 보이지 않던 막내를 도중에 만났는데 뭔가를 손에 들고 있었다.
보니 쓰레기들이었다. 찢어진 모자와 비닐, 플라스틱 병 등을 들고 있었다. 산책로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보이는 대로 주운 것이었다. 그건 소리도 마찬가지였는데 산책길엔 쓰레기통이 없어 결국은 쓰레기를 들고서 예배당까지 와야 했다.
예배당 안 카페에서 문을 열 준비를 하는 여자분(나중에 알았지만 사모님이었다)이 있어 사정을 이야기하며 혹 쓰레기를 담아 버릴 비닐종이가 있는지, 쓰레기를 버리려면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를 여쭸더니 비닐을 내주며 한 마디를 했는데, 하긴 내가 봐도 그랬다.
“참 신기한 아이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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