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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등에 손만 대도

by 한종호 2019. 4. 4.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95)

 

등에 손만 대도

 

아빠가 맞은 환갑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아이들이 잠시 귀국을 했다. 저렴한 표를 끊는다고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서 왔는데, 덕분에 아이들은 녹초가 되어 도착을 했다. 비행기 멀미가 심한 막내는 떠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를 못해 체력까지 바닥이 나 있었다. 쭈뼛쭈뼛 선물로 전하는 시계보다도 2년여 만에 아이들 얼굴 대하는 것이 내게는 가장 좋은 선물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 노고단을 올랐다. 숲이 흔할 뿐 산다운 산이 드문 독일에 사는 아이들이기에 우리 산의 아름다움을 함께 경험하고 싶었다. 얼마 만에 산에 오르는 것일까, 모두의 걸음이 쉽지가 않았다.


돌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을 때였다. 혼자서 등산을 하던 한 여자가 우리를 보더니 말을 건넸다. 우리가 가족이고, 힘들어하고 있는 것을 보고 건넨 말이었을 것이다. 


“한 번 서로의 등에 손을 대보세요. 굳이 뒤에서 밀지 않아도 훨씬 힘이 덜 들 거예요.”


힘이 들던 참이기도 했거니와 그가 한 말이 재미있어 서로의 등에 손을 대 보았다. 그런데 신기했다. 느낌이 달랐다. 기분이 그런 것인지, 정말로 그런 것인지 누군가의 손이 등에 닿자 한결 걸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누군가의 손이 등에 닿기만 해도 지친 걸음이 가벼워지는 드문 경험, 누군가의 걸음이 지쳐 무거울 때면 가만 나의 손을 그의 등에 얹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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