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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세상이 동네다

by 한종호 2019. 4. 8.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97)

 

세상이 동네다

 

지난 설 명절에 순직한 한 사람이 있다.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자신의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의 죽음이 숙연하게 다가왔던 것은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의사로서 가정이나 가족보다도 응급환자를 위한, 우리나라의 부실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일에 몰두하며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세상을 떠나던 날도 명절, 그럼에도 그는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얼마 전에 열린 제47회 보건의 날 기념행사에서 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고 한다.

 

 

지인 중에 보름산미술관을 운영하는 이가 있다. 김포 초입 고촌에 작지만 참 좋은 미술관이 있다. 부천에서 목회를 할 때 손님을 만나거나 집중해서 책을 읽을 일이 있으면 찾곤 하던 곳이다. 미술관에 조용한 찻집이 함께 있는 까닭이다.

 

 


 

달포 전쯤이었다. 인근에 있는 한 회사에서 신우회 예배를 인도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름산미술관을 찾았다. 정릉으로 임지를 옮긴 후로는 그곳을 찾는 일이 드문 일이 되고 말았다. 마침 손님을 맞는 첫 번째 공간 안에는 다른 손님이 없어 지인과 둘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내게 그는 뜻밖의 소식 몇 가지를 전해주었다. 그 중의 하나가 윤한덕 의사의 죽음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와 윤한덕 의사는 동서지간이었다. 그에게서 듣는 윤한덕 의사 이야기는 보도를 통해서 들었던 것보다도 더 아팠고 더 아렸다. 성실함을 넘어 거룩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구나 싶었다.

 

막내에게서 들은 말 중에 ‘세상이 동네다’(Die Welt ist ein Dorf)라는 말이 있다. 독일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는데, 세상이 좁다고 느껴질 때 하는 말이란다. 세상이 동네라면 우리 삶은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 나와 무관한 삶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어디에 살아도, 어떤 일을 해도 우리는 한 동네 사람이다. 선한 이웃으로 살아야지, 선한 다짐 하나를 마음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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