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01)
봄비가 꽃비로
사나운 바람과 함께 봄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교우 가게에 들렀다가 먼저 와 계신 원로 여자장로님을 만났는데, 장로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게 밖을 손으로 가리키며 뜻밖의 인사를 건넸다.
“봄비가 꽃비로 내려요.”
사나운 바람으로 아기 손톱 같은 벚꽃 잎이 눈발처럼 날리고, 허공으로 날아오른 꽃잎들이 마침내 땅 위로 떨어져 길과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을 예쁘고 아프게 수를 놓고 있었는데, 그를 꽃비라 부른 것이었다.
봄비가 꽃비로 내린다는 백발이 성성한 장로님의 그윽한 인사에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말은 한 마디 밖에 없었다. “시인이 따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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