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2)
하나님의 음성
<어제 밤 늦도록 하고도 모자라 오늘 아침까지 설교준비에 매달려 있었다. 주일 두 번의 설교를 하고 나면 늘 힘이 든다. 주일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시 준비해야 할 설교가 있어 교회에 남았다. 딸은 아빠가 설교준비하는 과정을 안다. 엄마랑 먼저 집에 간다고 나서던 딸이 돌아서서 갑자기 작심한 듯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아빠!, 진짜 대충하라고. 아무도 설교 안 들어. 다들 스마트폰하고, 졸고, 들어도 이해 못한다고. 그냥 적당히 해도 돼. 그러다 아빠 쓰러지면 딸 대학 가는 것도 못 보고 죽을 거냐고!!"
그러고 갔다. 이거 몇 년 전에 똑같이 들었던 말이다. 그대로다. 갑자기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아직 설교 시작을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오치용 목사님이 페북에 올린 글이다. 오목사님의 성품을 아는지라 충분히 공감이 되는 글이었다. 누군가의 글에 답을 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 그래도 다음과 같은 글을 달았다.
<ㅎㅎㅎ, 때로 하나님은 가까이 있는 누군가를 통해 말씀하시기도 하니까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딸의 눈에 아버지는 지나칠 만큼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
글을 읽고 답을 달며 옛 시간 하나가 떠올랐다. 단강에서 목회를 할 때였다. 단강 이후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아무 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심경을 밝혔을 때, 가까이 지내던 두 선배가 한 말이 있다.
한 선배는 말했다.
“그걸 왜 생각해? 나는 이제까지 백지수표를 하나님께 맡기고 살아왔어.”
또 한 선배는 말했다.
“때가 되면 하나님의 음성이 부엌에서 들려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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