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의 인문학 산책

 

5월의 능선에서

 

 

우리에게 5월은 유난히 격동의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하필 5월인가 싶은 질문을 굳이 던져본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그런 계절의 지점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이 때를 그냥 보내면 여름이 다가오고, 그러다보면 무언가 계기를 잡아내기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5월은 그런 점에서 어떤 고비를 힘겹게 넘어서는 경계선에 있는 듯 하다.

이런 느낌은 달리 말하자면, 초조감과 통한다. 이후의 시간은 너무나 쏜살같이 흘러서 그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연말의 지점에 자신이 서성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건 당혹스러운 일이다. 마땅한 결실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또다시 새롭게 오는 일년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일 년의 이 시점에 이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압박감을 경험하게 되는 모양이다. 날씨도 좋고 자연도 아름답고 바람도 맑고 흙냄새도 풋풋하다. 그렇게 계절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면, 아차 하는 사이에 5월도 지난 달력이 되고 만다. 그러나 그렇게 5월의 향기에 취하는 것이 실수는 아니다. 도리어, 그걸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 실수가 아닐까.

 

 



빠르게 다가오는 시간을 의식하는 일에 신경을 집중시키면 준비에 철저할 듯 하다. 하지만 그건 그 계절마다 우리 안에 마련되어야 할 바를 놓치고 마는 어리석은 선택이다. 다급함과 초조감으로 이루어낸 일들이 올바로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건 우격다짐이 되거나 두루두루 살펴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해가 시작된 1월에 품어야 할 마음이 따로 있고, 얼었던 강이 풀리는 3월에 먹어야 할 마음이 있다.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4월에 떠올려야 하는 생각이 있고, 신록(新綠)의 풍경이 산하(山河)를 물들여가는 때에 갖추어야 할 성찰의 내용이 있다. 다짐이 필요한 때가 있고, 반성이 요구되는 시간이 있으며 다시 한번 자신을 신선하게 자극시켜야할 시각이 있는 법이다.

아무 상념 없이 하늘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여유가 절실한 경우가 있고, 가파른 언덕을 정신없이 달려 올라가야 할 순간이 있기도 한 것이다. 그때 마다의 개성과 요구, 그리고 적절한 마음가짐에 눈을 돌리지 못하면 우리는 언제나 당장 닥친 일에 허겁지겁 몰두하는 하루살이 인생이 될 수 있다. 자기도 모르게 길러지는 내공이 없어 그걸 발휘해야 할 때에 무력해지는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린 불필요하게 초조해지고 마는 것이다. 결국 실패하고 말 격동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만다. 다 허무해지는 첩경이다. 자신을 낭비하는 길이다. 계절마다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지혜가 있는 자는, 인생의 그 어느 순간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서 하루가 되고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될 것이다.

5월의 능선에, 저 멀리 정상을 바라보며 이제 가야할 거리만 정확히 측정하려는 바보가 아니라 하늘과 바람과 별을 바라보고, 맑은 물소리를 듣는 지혜가 깊어졌으면 한다. 그런 이가 아름답게 성공할 것이다.

 

김민웅/목사,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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