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33)

 

폭력 혹은 무례

 

 

정릉에 와서 당황스러웠던 것이 있다. 설교를 하고 나면 설교 영상이 곧바로 페이스북에 올라가는 것이었다. 먼젓번 교회에서도 설교를 홈페이지에 올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오랫동안 거절하다가 음성만을 올리는 것을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그런데 설교가 끝나자마자 SNS에 오르다니,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게 관례였다니 받아들이기는 받아들였지만 불편한 마음은 적지 않았다. 우선은 조금씩 조정을 했다. 주일1,2부 설교 모두를 올리던 것을 하나만 올리기로 하고, 안 하던 페이스북에도 가입을 했다. 혹 누군가의 반응이나 의견이 있다면 모르고 지나갈 수는 없겠다 싶었다. 그것은 일시적인 방편, 아예 홈페이지를 바꾸기로 했다. 운영비를 줄이느라 교회 홈페이지를 페이스북과 연동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참에 분리시키기로 했다. 홈페이지가 새로 개설이 되면 어디 한 구석 설교 듣기를 원하는 이들만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

 

 

 


어제는 여선교회 회원들과 함께 강원도 귀래를 다녀왔다. 선교후원을 하는 동역교회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작지만 단아하게 바뀐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점심 식사를 할 때였다. 인근에 있는 식당을 찾았는데, 홀 안에는 단체식사를 하는 우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찰 3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기도를 하기 전 그들을 찾아가 양해를 구했다. 그들은 얼마든지 괜찮다고 했고, 나는 나대로 기도를 하는 중에 식사를 계속 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것이 최소한의 도리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찌 내 설교를 모든 사람 앞에 양해나 허락도 없이 내놓는단 말인가.

 

그렇게 하는 것이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씨를 뿌리는 것’ 아니냐고 묻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내게 폭력이나 무례에 가깝다. 믿음이 없다 나무란다 하여도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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