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44)
미늘
낚시 바늘을 유심히 보면 바늘 끝만 날카로운 것이 아니다. 또 하나 날카로운 부분이 있다. 낚시 바늘 끝의 안쪽에 있는, 거스러미처럼 되어 고기가 물면 빠지지 아니하게 된 작은 갈고리, 미늘이다. 미늘은 낚시를 사용하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인지, 한문으로는 ‘구거’(鉤距)라 한다. 살펴보니 ‘갈고랑이 구’(鉤)에 ‘떨어질 거’(距)를 쓴다.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빠져 나가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 그럴 수 없는 것은 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또 하나의 갈고리인 미늘이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미늘을 만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어떻게 미늘을 생각해 냈을까?
사람을 만나다 보면 미늘을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나 마음 외에 또 다른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속내를 떠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겉으로야 여전히 웃고 여전히 친절하지만 말이다.
미늘은 미끼에 가려 잘 보이지가 않는다. 바늘 끝에 비하면 두드러진 것도 아니다. 그럴수록 미늘은 서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음속 되꼬부라진 부분,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질을 하여 미늘을 없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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