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56)
심방
심방을 시작했다. 이른바 ‘대심방’이다. (그렇다고 ‘소심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방을 흔히 대심방이라 부른다) 요즘은 세태가 바뀌어 가정으로 찾아가는 심방이 갈수록 줄어드는 형국이다. 새로 등록하는 교우 중에서도 가정 심방을 받기 원하는 이들은 소수가 되었다.
생각하다가 가정심방을 하기로 했다. 시간은 오래 걸리고 피곤도 하겠지만, 가정 심방을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싶었다. 정릉교회에 부임해서 처음으로 하는 심방, 각 가정을 찾아 예배를 드리는 것만큼 서로를 잘 이해하는 길도 드물겠다 싶었다.
사진/송진규
최소 인원으로 찾아간다. 나와 아내, 그리고 심방 전도사가 동행을 한다. 부목사와 속장 등도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각 가정을 찾아가 예배를 드리기 전에 이야기를 나눈다. 미리 적은 기도카드를 앞에 두고 형편과 사정 등을 이야기하며 기도 제목이 무엇인지를 나누는 것이다. 어디 이야기가 따로 있고 예배가 따로 있겠는가, 이야기는 이미 예배의 소중한 일부가 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눈물짓는 이야기들이 있다. 응어리로 가라앉아 있는 아픔이 있고, 생채기로 엉겨 있는 일들이 있다. 남에게 내보이기 싫고 부끄러운 모습이 누구에게 없을까. 부끄러움까지 내려놓고 나누는 이야기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우리가 함께 믿음의 길을 걷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얼마 전부터 불청객처럼 찾아온 전정 신경염으로 어지럼증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 심방을 마치고 나면 몸과 마음과 목소리가 젖은 솜처럼 가라앉는다. 하지만 나는 목사다,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심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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