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볼지도 몰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61)

 

 더는 못 볼지도 몰라

 

심방을 하며 교우들의 삶의 자리를 찾아간다. 어찌 삶이 평온하기만 할까, 고되고 험한 삶도 적지가 않다. 높은 곳에 위치해 달이 잘 보인다는 뜻에서 붙여졌다는, 달동네라는 말은 낭만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실상은 낭만과 거리가 멀다. 사전에서는 달동네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허가 주택과 노후 불량 주택이 밀집된 도시 저소득층 밀집 지역을 말하며, 산동네라고도 한다. 6 · 25 전쟁에 따른 이재민들에게 무허가 건축 지대의 지정을 시작으로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이농으로 생긴 도시 저소득층을 도시 외곽의 구릉 지대에 집단으로 이주시킴으로써 만들어졌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모여 있는 언덕 위 긴 골목 끝에 있는 권사님 집도 그랬다. 세상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것 같았다. 작은 방에 둘러앉아 예배를 드렸다. 연로하신 권사님은 눈과 귀가 어두운데, 그나마 한쪽 눈에 안대를 댔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하늘의 위로, 예배를 드리는 마음은 간절해진다.

예배 후 권사님이 준비한 음료를 마시는데, 바라보니 벽에 웬 글씨가 붙어 있다. 읽어보니 찬송가 가사였다. 달력 뒷장에 권사님이 써서 붙여놓은 것이었다.


“찬송가를 적으셨네요?”


권사님께 여쭸을 때 권사님이 대답했다.


“눈이 점점 나빠져서 더는 못 보겠다 싶기에 그래도 눈이 보일 때 적었어요.”  

 

눈이 흐려져 더는 못 볼지도 모르는 시간을 앞두고 적은 찬송가 가사는 “험한 산길 헤맷때 주의 손 굿끼잡고 찬송하며 가리”였다. 주님은 바로 읽으시리라, 바로 들으시리라, 그리고 권사님 손 굳게 잡아 주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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