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62)
골 빠지는 일
오랜만에 어머니와 통화를 하였다. 무엇 그리 바쁘다고 자주 연락도 못 드리며 산다. 이런 저런 안부를 묻고 대답을 하는데, 어머니가 물으신다.
“한 목사님, 요즘도 교차로에 원고 써요?”
언제부턴가 어머니는 자식들에게도 말을 높이신다. 세월의 고개 아흔이 넘자 모두가 고맙고, 모두를 존중하고 싶으신 것 같다. 요즘에도 쓰고 있다고 대답을 하자 무슨 요일에 실리는지, 몇 년째 쓰고 있는지를 다시 물으신다.
“수요일에 실리고요, 원고 쓴 지는 23년쯤 된 것 같은데요.”
길을 가다 만나게 되는 생활정보지 중에 <교차로>가 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란에 일주일에 한 번씩 칼럼을 쓴다. 전국적으로 발행이 되고, 한국인이 많이 사는 외국의 대도시에도 발행이 되는 정보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원고를 쓴지 20년이 넘었다.
처음 부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신앙과 세상 사이에 다리 하나를 놓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고 이어온 일이었다. 23년이라는 말을 듣고는 어머니는 푸우, 한숨부터 내쉬신다. 그리고는 한 마디를 보태신다.
“글 쓰는 게 골 빠지는 일인데...”
아흔이 넘은 어머니에게는 자식들이 하는 모든 일이 다 안쓰러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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