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63)

 

한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한창 피었던 난 꽃이 졌다. 붉고 진한 향기를 전하더니 이제는 시들어 버리고 말았다. 언제 향기를 전했냐고 시치미를 떼듯이 누렇게 말라버리고 말았다. 아직도 더 마를 것이 있다는 듯이 꽃의 형체로만 남았다. 시든 꽃에서는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

 

묵중하면서도 코끝을 찌르던 향기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향기의 근원을 찾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들었던 향기이기도 했다. 누군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열정의 탱고 춤을 추듯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지하 어둠 속에서 세월을 잊고 포도주 빛깔을 익히듯이 향기는 그렇게 은은히 전해졌다.

 

 

 

 

분명 지는 꽃과 함께 향기는 사라졌다. 시든 꽃에서는 어떤 향기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향기는 마음 끝에 남아 있다. 향기는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니다. 꽃이 피어있는 동안 전해주었던 향기는 남아 있다. 그 때 그 향기를 떠올리면 향기는 기억을 일깨우며 살아온다. 사라져서도 남는, 복된 향기!  

 

향기의 근원을 찾아서 만나게 되는 존재가 있다는 것, 한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것, 잠깐 피었다 사라진 난향이 전해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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