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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어찌

by 한종호 2019. 7. 19.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4)

 

어찌

 

지난 번 강화남지방 연합성회에 말씀을 전하러 갔을 때였다. 집회 중 한 젊은 목사님이 찾아와 인사를 했다. 낯이 아주 설지는 않은데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을까, 그가 이야기를 했다.


“몇 년 전 이웃에 있는 교회에 말씀을 전하러 오셨을 때 집회에 참석을 했다가 은혜를 받고 가실 때 포도 한 상자를 전해드린 적이 있지요.”

 

 

                                            사진/한남숙

 

 

이럴 수가! 나는 이웃교회에 말씀을 전하러 왔던 일도, 그가 정성껏 포도를 전한 일도 따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강화도를 찾은 것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희미하게 고개를 드는 기억이라니.


분명 나는 포도를 받을 때만 해도 정말로 고맙게 받았을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자랑 삼아 이야기를 하며 맛있게 먹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몇 년의 세월을 두고는 어찌 까맣게 잊을 수가 있었던 것일까. 어찌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그리도 쉽게 잊었던 것일까. 지금도 나는 잊지 말아야 할 그 무엇을 여전히 까맣게 잊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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