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92)
대척점
정해진 성서일과를 따라 지난 주일에 나눴던 말씀은 누가복음서 10장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였다. 몇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신앙생활을 한 뒤로 오늘 이 본문에 관한 말씀을 우리는 몇 번이나 들었을까요? 수십 번, 수백 번 아닐까요? 그런데도 어찌 우리 삶은 이 말씀과의 거리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교단에서 발행하고 있는 자료집 <강단과 목회>를 보니 위의 본문을 두고 ‘신앙인과 종교인’이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담고 있었다. 어떤 지점에서는 생각이 비슷한가 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본문을 생각할 때면 같은 제목이 떠오르곤 했다.
신앙인과 종교인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단어가 갖는 의미로 보자면 사소한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의미의 결이나 느낌은 매우 다르게 다가온다. 신앙과 삶이 유리된, 신앙을 가졌다 하면서도 신앙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을 ‘종교인’이라 부른다면 말이다.
“어쩌면 신앙인과 종교인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설교문에 쓰고는, 혹시 대척점이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사전에서는 ‘대척점’(對蹠點)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지구 중심을 사이에 둔 지구상의 반대편 지점을 말하는 것으로, 계절 및 낮과 밤이 서로 반대이다. 우리나라의 대척점은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 남동 해상(38°S, 52.5°W)이다.>
<지구의 어떤 지점의 반대 지점을 대척점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반드시 지구의 중심을 지나는 반대 지점이어야 한다. 따라서 대척점의 수리적 위치를 찾을 때는 위도의 경우 적도를 기준으로 반대에 위치하므로 북위는 남위로, 남위는 북위로 바꾸면 된다. 또한 경도는 본초 자오선을 기준으로 반대에 위치하므로 동경은 서경으로, 서경은 동경으로 바꾸고 180°에서 그곳의 경도를 빼면 된다.
어떤 지점과 그 지점의 대척점은 시간과 계절이 정반대이다. 지구는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므로 계절 변화가 발생하는데, 북반구와 남반구의 계절은 서로 반대가 된다. 또한 대척점은 시간상으로 정확히 12시간의 차이가 나는 곳이기 때문에 어떤 지점이 밤이면 대척점은 낮, 낮이면 밤이 된다.>
대척점의 의미를 확인하니 더욱 분명해진다. 맞다, 신앙인과 종교인은 약간 다른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계절이 정반대인 대척점처럼 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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