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5)
불가능한 일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하늘의 별 따기, 바닷물 퍼내기 등이 그렇다. 개구쟁이 오빠와 여동생 앞에서 이불 홑청 갈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아닌 척하기, 말로 마음 가리기, 빛 앞에서 그림자와 헤어지기 등도 있다. 시절 탓이겠지만 불가능한 것들의 항목에 보태지는 것들도 있다. 장가 간 아들 내 편 만들기, 정년퇴직한 남편 존중하기 등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 혹 가능해진다 해도 여전히 불가능한 것이 있다.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라는 말이 <맹자>에 있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흐르는 물이 웅덩이를 만나면 웅덩이를 채운 뒤에 앞으로 간다. 갈 길이 바쁘다고 웅덩이를 건너뛰는 법이 없다.
도무지 불가능한 일을 두고 ‘불영과불행’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왜 교회가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할까? 넘치기를 갈망하여 부르짖는 은혜가 어찌 세상으로 흘러가지 못할까? ‘불영과불행’일지 모른다. 부르짖을 뿐 실제로는 우리 안에 은혜가 가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득하긴, 어쩌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은혜의 강물은 언제쯤이나 세상을 향해 흘러갈 수 있을까? 에스겔의 꿈(겔47장)은 언제나 이루어질 수 있을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성전에서 솟은 물이 세상을 살리는 강물로 흐르는 에스겔의 꿈이 교회를 통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쉼 없이 끊임없이 샘이 솟든지, 아니라면 높이 쌓아둔 둑을 허물든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너무나 높은 둑을 세상 앞에서 쌓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허영의 강물 출렁이는 둑을 허문다면 혹 불가능한 그 일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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