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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열 번의 심방

by 한종호 2019. 7. 28.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3)

 

 열 번의 심방

 

심방 중에 요양원에 계신 권사님을 찾아뵙고 돌아와서 편지를 썼던 것은, 문득 떠오르는 장로님과 권사님 때문이었다. 요양원의 권사님이 지난 기억을 모두 잊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포대기에 아기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장로님과 권사님이 떠올랐다. 오래 전부터 교분을 갖고 있는 두 분은 한 평생 살아오며 그러했듯이 지금 가장 지고지순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 장로님은 자식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권사님을 끝까지 집에서 돌보신다. 사랑 아니면 도무지 불가능한 시간을 보내시는 것이다.

 

 

 

 

마침 상반기 심방을 모두 마친 어제 저녁, 장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내드린 편지를 받고는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받은 편지를 권사님께 전하며 사연을 이야기했더니 평소와는 달리 권사님이 많은 말을 하시더라는 것이었다. 어떤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표현이지만 마음이 많이 들뜬 듯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고 했는데, 통화를 하는 중에도 권사님의 목소리는 수화기를 통해 전해져 왔다.

 

자주 찾아 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자 장로님이 대뜸 말을 막으신다. 목사님은 목회 일에 전념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그러면서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네셨다.

 

“오늘 받은 편지는 목사님 심방을 열 번 받은 것과 다름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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