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7)
예언자파
전교인수련회 둘째 날 오후 프로그램은 ‘쉼’이었는데, 괄호 안에 넣은 또 다른 프로그램이 있었다. ‘담임목사와 함께 하는 수다방’이었다. ‘수다방’은 ‘수 다방’이 아니라 ‘수다 방’이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쉬는 시간을 혹 힘들어 하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마련한 자리였다. 서로 만난 지가 이제 1년이 되었거니와, 교회 정서상 교우들과 담임목사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싶었다.
다리를 뻗고 둘러앉아 그야말로 수다와 같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한 교우가 물었다. 지금 일본이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해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대답을 하기 전에 두어 가지 당부부터 하고 싶다고 했다. 정치적인 입장 때문에 교우들 간에 갈등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한 가지 당부를 덧붙였다.
“담임목사인 저도 한 개인으로써, 한 국민으로써 왜 정치적인 입장이 없겠어요. 하지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답니다. 저를 좌파나 우파로 분류하진 말아 주세요. 굳이 제 입장을 밝히자면 저는 예언자파랍니다. 구약에 나오는 예언자의 입장에 서고 싶답니다.”
교우들은 웃음으로 내 이야기를 받았다. 교우들에게 ‘예언자파’라는 말은 낯설게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리를 통해 내 입장을 밝힐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되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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