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67)
평생의 후회
이따금씩 꺼내보는 낡은 책 중에 『박은·이행 시선』이 있다. 박은과 이행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절친한 벗이기도 했다.
평생의 실수는 함부로 선비가 된 것(平生失計慢爲儒)
일찍이 농부 못 된 것을 이제사 후회하네(悔不早作農家夫)
위의 시는 ‘평생의 실수를 뉘우치며’(記悔)라는 이행의 시 한 구절이다. 허균이 우리나라 제일의 시인으로 손꼽을 만하다고 한 사람이 이행이었다. 이행은 무오, 갑자, 기묘사화를 겪으면서 노비로부터 좌의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분을 거쳤고 대제학의 자리에도 올랐던 사람이다. 일생 동안 네 차례나 유배되었고, 결국은 57세의 나이로 유배지에서 생을 마치게 된다.
좌의정과 대제학의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이 어찌 함부로 선비가 되었다고 말을 했을까, 일찍이 농부 되지 못함을 후회했을까, 이행이 후회로 돌아보았던 선비와 농부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생각이 쉽지 않다.
언젠가 신학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이 구절을 소개한 적이 있다. ‘선비’라는 말을 ‘목사’라는 말로 바꿔 읽은 후, 생각을 나눴다. 혹 우리가 함부로 목사가 되려는 건 아닌지를 그렇게 돌아보았다.
뒤늦게 후회하며 돌아보게 될 평생의 후회는 무엇일까, 삶이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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