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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일등능제천년암(一燈能除千年暗)

by 한종호 2019. 9. 7.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80)

 

 일등능제천년암(一燈能除千年暗)

 

우연한 곳에서 만난 짧은 글 하나, 순간 마음에는 등 하나가 켜지는 것 같았다. 작지만 환한 빛이 마음으로 퍼지는 느낌이었다.

 

강화도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반 가량을 가면 아차도가 나온다. 볼음도와 주문도 사이에 있는 손바닥만 한 섬이다. 섬에는 식당은 물론 가게가 하나도 없는데, 가구 수가 30여 호 된다. 그곳에 110년이 된 예배당이 있다. 아차도감리교회다. 처남이 그곳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다른 욕심 없이 작은 섬에서 이웃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처남 목사가 고맙기도 하고 미덥기도 하다.

 

 

 

 

 

아차도를 처음 찾던 날이었다. 사택 거실에 손으로 만든 단순한 스탠드가 있었는데, 뭔가 글이 쓰여 있었다. ‘一燈能除千年暗’이라는 구절이었다. ‘등 하나가 천 년 어둠을 지운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부임하기 전부터 있던 등이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글은 불경의 한 구절이었다.
 
빛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둠이 진하다 하여 빛을 꺼뜨리는 것이 아니다. 빛은 어둠과 다투지도 않는다. 어둠이 항복을 할 때까지 싸우는 것이 아니어서, 빛과 어둠은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며 어느 지점에선가는 서로의 손을 잡고 어울린다.

 

천 년의 어둠을 지우는 등 하나, 등 하나 켜듯 마음에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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