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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거덜나버린 마른 스펀지

by 한종호 2019. 9. 21.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96)

 

거덜나버린 마른 스펀지

 

왜 우리는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오래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왜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일까, 안 믿는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것일까, 오래된 질문이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하여 <행복을 꿈꾸는 수도원>이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신앙적인’ 사람들이 변화에 대해 가장 완강하게 저항한다. 그들은 자신이 이미 변화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메마른 땅에 떨어진 씨와도 같다.”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 예민해야 할 신앙인들이 오히려 변화에 대해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지적이 뜻밖이다. 그 이유가 자신이 이미 변화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참으로 아프다.


“언제까지 여러분은 자기 의견만을 쳐들고 흔들어댈 겁니까? 모르시겠어요? 정말 문제입니다. 거짓 제자들의 문제예요. 가짜 제자는 아주 낡아서 거덜나버린 마른 스펀지와 같아요. 온갖 더러운 먼지와 때에 절어서 이리저리 나뒹굴지요. 그걸 욕조에 던져보세요. 물 한 방울 흡수하지 않고 그저 둥둥 떠 있을 뿐이지요! 물을 전혀 빨아들이지 않아요.”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눈에 선하다, 물 위에 둥둥 떠 있으면서 물 한 방울 빨아들이지 않는, 낡을 대로 낡아 거덜나버린 마른 스펀지의 모습이 말이다. 너덜너덜해진 채 어떤 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온갖 더러운 때에 절어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는, 부끄럽고 아프지만 그게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미 변화 되었다고 생각하며 변화에 대해 완강하게 저항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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