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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범퍼의 용도

by 한종호 2019. 10. 2.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7)

 

범퍼의 용도

 

교우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올 때였다. 운전을 할 전도사가 주차한 차를 후진하다가 뒤에 있는 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유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와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 부딪친 차를 보니 별 티가 나지 않았다. 워낙 부딪친 흔적이 많은 차였다. 교회 승합차에는 어떤 흔적도 보이질 않으니 경미한 충돌이라 여겨졌다. 그래도 사고는 사고, 게다가 우리는 교회 차가 아닌가. 주인을 찾았고 한참을 기다려 만났다. 이야기를 듣고 차를 이리저리 살핀 주인은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그냥 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인데, 슬그머니 사라지니 당황스러웠다.


일단 보험사에 연락을 했다. 사진을 찍은 뒤 사고를 당한 차 주인에게 보험으로 처리한다는 말을 하고 가라고 했다. 다시 주인을 찾아 그런 뜻을 전하고 돌아섰다. 불편한 마음으로 운전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지 돌아오는 길 운전은 전도사 대신 부목사가 했다.

 

 

 

 

 

뒤에 앉은 전도사 마음이 얼마나 불편할까 싶어 전에 있었던 일 한 가지를 들려주었다. 예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심방 후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올 때였다. 지하에 주차한 차를 부목사가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열쇄를 건넸는데 차를 가지고 온 부목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나오는 중에 차를 벽에 긁었던 것이었다. 들어갈 때 보니 유난히 통로가 좁은 지하주차장이었다. 난감해하는 부목사에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범퍼는 원래 긁히라고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하기를 참 잘했다 싶은 순간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마음이 아주 안 쓰린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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