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04)
이사를 가는지, 오는지
책상에 앉아 있는데, 맞은 편 창문 밖으로 사다리차가 보인다. 3층에 닿은 사다리차를 통해 연신 짐들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누구의 상상력이었을까, 복도를 통해 짐들을 옮기면 얼마나 힘이 들까만 사다리차를 통해 손쉽게 짐을 옮기고 있다. 상상력은 상상력에 머물지 않는다. 효용성도 크다.
사다리차를 보며 누가 이사를 오나 보다 했는데, 아니었다. 이사를 가는 것이었다. 가만 보니 가서 묻지 않고도 책상에 앉아 이사를 가는지 오는지를 알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사다리차가 상자를 싣고 3층 창문까지 올라가면 창문 안에 있던 누군가가 상자를 받는다. 유심히 보니 올라간 상자는 가볍고 내려오는 상자는 무겁다. 빈 상자가 올라가 짐을 채운 뒤에 내려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사를 가는 것이 틀림없지 않겠는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같은 모습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헤아릴 수 있는 마음들이 있다. 말이나 몸짓으로 마음을 가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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