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02)
갈 줄 모르는 집난이 같이
설교를 듣다가 시를 인용하는 대목을 만나면 마음이 즐겁다. 인용하는 시가 말씀과 어울릴 때 말씀은 깊이와 향기를 더하게 된다.
송대선 목사의 설교를 듣다가 백석의 시 한 구절을 들었다. 몰랐던 구절이었는데, 주님을 찾았을 때의 즐거움과 평온함을 말하며 인용한 구절이었다.
‘집난이’는 ‘시집간 딸’을 의미 했다. 시집간 딸이 친정집을 찾으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꿈에 그리던 엄마를 만날 수가 있다. 엄마는 어떻게 엄마 노릇을 했을까, 묻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이 많다. 보고 싶던 가족들과도 어울릴 수가 있다. 밀렸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아무 일을 안 해도 된다. 모든 의무에서 벗어나 모든 자유를 누린다. 고단했고 무거웠던 시간을 쿨쿨 게으른 잠으로 달래기도 한다.
그렇듯 친정을 찾은 집난이는 돌아갈 줄을 모른다. 아버지 집을 찾을 때마다 우리 마음 그랬으면. 아버지 집에 있는 것이 너무 좋아 돌아갈 줄을 모르는, 그만한 즐거움이 우리에게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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