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03)
돌멩이 하나
어제 오후였다. 지나가며 보니 예배당 초입 구석진 곳에 돌멩이가 하나 눈에 띄었다. 조금 펑퍼짐한 돌이었다. 웬 돌멩이가 저기 놓였을까 싶어 치워야지 했다.
오늘 아침이었다. 창문을 통해 보니 누군가 한 사람이 예배당 입구 바닥에 앉는 것이었다. 그런데 바닥에 그냥 앉지 않았다. 목장갑을 벗어 돌멩이 위에 깔고 앉았다. 가만히 앉은 뒤에는 쓰고 있던 안전모를 벗어 옆에다 내려놓았다. 바로 앞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잠깐 쉬는 것이었다. 그는 그 단순한 동작들을 예식을 치르듯 천천히 하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는 동작 속에 어떤 의미가 스미고 있었는데, 돌멩이는 고단한 노동을 하는 한 사람에게 의자였던 것이다.
돌멩이를 치우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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