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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순환하는 하느님과 동행하는 자유로운 영혼

by 한종호 2019. 12. 3.

신동숙의 글밭(21)/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순환하는 하느님과 동행하는 자유로운 영혼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자연 곳곳에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순환하는 하느님의 모습이다. 펄럭이는 돛, 흐르는 시내, 흔들리는 나무, 표류하는 바람, 이런 것들에서 우리는 건강과 자유를 찾을 수 있다. 나는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세우신 나무 그늘에서 건강하게 뛰놀고 장난치는 것만큼 더 품위 있고 신성한 건강과 자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죄에 대한 의심 따위가 존재할 여지가 없다. 인간이 이를 알고 있었더라면 대리석이나 다이아몬드로 성전 따위를 짓지는 않았을 것이고, 성전 건축은 신성 모독 중의 신성 모독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낙원을 영원히 잃지 않았을 것이다.'(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소로우의 일기] , 192쪽) 
 

고전을 읽다 보면 이렇게 종종 보석 같은 명문장을 발견한 기쁨에 가슴이 뛴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인 '자유'를 두고, 과연 나 자신이 소로우만큼 천진난만하게 온전히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미국의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난 소로우. 그는 1833년 하버드 대학에 입학을 합니다. 학점에는 무관심했으나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 소로우. 그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숲 속에서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을 하며 밭을 일구고 자유롭게 여가를 즐깁니다. 독서와 산책과 명상과 일기를 쓰며, 숲 속 생활을 자발적으로 꾸려나간 구도자. 200여 년 전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그로 인하여 미국의 의식이 100년은 앞당겨졌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소로우에게는 시인, 시인박물학자, 초절주의 사상가라는 칭호가 따릅니다. 직업으로는 지구별을 거니는 '산책가'로 불려지기를 그 자신이 좋아했다고 합니다. 소로우의 단순하고 소박한 일상 한가운데 있어서 그에게 산책이란 자연 속을 거닐면서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창조주 하나님을 만나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으로 충만한 호젓한 시간이 됩니다.

 

고독과 자연과 사색에서 길어올린 그의 사유의 깊이와 영성이 주는 울림은 지금 현재도 저에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숲입니다.

 

'소로가 고요하게 자연과 교제를 나누는 시간,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주의 영"이 자신을 축복하는 시간을 서술하고 있는 일기들이 훨씬 더 신선하고 상쾌할 것이다.'(같은 책 28쪽)

 

*'파릇파릇 강둑 아래서 헤엄치는 송어처럼 맑은 생각에 잠기길 원했다.'(같은 책 359쪽)

 

*'정오가 조금 지나자 하늘이 맑아진다. 산책을 나간다. 한 열흘 가까이 무척 가볍고 물기 없는 눈만 내린다. 막 해가 나서 눈으로 덮인 숲을 환하게 비춘다. 멀리 떡갈나무 숲이 장엄하다. 온천지가 맑고 꿋꿋한 겨울의 얼굴을 달고 있다. 눈 덮인 소나무들이 의연하게 서 있다.'(같은 책 362쪽)

 

나무와 숲, 물 속 송사리, 흙에 묻힌 인디언의 화살촉을 발견한그의 시선은 어린아이와 시인의 시선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감탄하며. 매 순간 처음 발견한 듯한 기쁨으로. 그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은 그의 일기장에서 하나님을 향한 성실한 기도의 편지를 봅니다. 소로우의 일기는 에머슨의 권유로 대학을 나온 직후부터 거의 죽는 날까지 이어집니다.

 

저는 소로우로부터 자연과 최고의 지성과 그 너머의 영성과 태초의 인간을 봅니다. 톨스토이가 극찬을 하고, 간디의 비폭력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소로우. 법정스님이 돌아가시기까지 애장하셨던 소로우의 [월든]은 저에게도 보물책이랍니다. 소로우의 일기를 읽다 보면, 곳곳에서 법정스님의 삶과 사유의 모습과도 겹쳐져 빙그레 웃음 짓기도 하고요. 좋아하면 닮아간다는 이치를 시대를 달리한 두 선구자의 저서를 통해서 그대로 보게 되는 즐거움을 누린답니다.

 

소로우와 법정스님, '소유는 적으나 존재는 넉넉한 삶'을 인생의 지향점에 두었던 두 선각자들. 그 이유에 대해서 소로우는 생전에 썼던 39권의 일기장에 낱낱히 기록해 두고 있답니다.

 

성경까지 가기 전에 소로우라는 고전의 거울에다 현 기독교와 종교인과 신앙인과 영성 생활인의 모습을 비추어 봅니다. 우리가 얼마나 자연과 예수로부터 멀리 떠나왔는가 하고요. 건물 성전과 소유에 묶인 부자유한 의식과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저 자신을 돌이켜, 자연과 예수와 고전의 맑고 청정한 거울에 스스로를 비추어 봅니다. 내 마음 한치라도 더 가까이 하나님께로 나아가기를 소원하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든 나를 지켜주는 근거는 바로 사랑이다. 나의 사랑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 이에 근거해서 나를 만나라. 그러면 나도 강한 사람임을 알게 될 것이다. 남이 나를 비난하거나 내가 나 자신을 완전히 부정하는 순간마다 나는 지체 없이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사랑하는 나의 정신에 의지하자." 그 점에서 나는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다. 이 점에서 나는 하느님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다.'(같은 책 190쪽)

 

한 인간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소로우가 보여준, 그의 사랑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자연을 닮았습니다. 고독과 자연과 사색으로 무르익어간 그의 심연은 맑고 깊고 밝고 커다랗습니다. 넉넉히 나누고도 남을 자연만큼이나 넘치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답니다.

 

지구별을 순례하는 저와 더불어 이 글을 읽으신 분들과도 그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자연과 우리들의 소박한 일상 속에 숨어 계시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유로운 영혼이기를. 이 겨울에도 건강함으로 평온한 산책으로 매 순간 행복한 삶이기를 기도드립니다. 예수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라는 초대를 받는다."(같은 책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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