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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가장 큰 유혹

by 한종호 2019. 12. 9.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36)

 

가장 큰 유혹

 

나는 그분을 선생님이라 부른다. 교수님, 스승님, 은사님, 박사님, 그분을 부르는 호칭은 많고, 그 어떤 호칭도 어색할 것이 없고, 그 모든 것을 합해도 부족할 것이 없는 분을 나는 그냥 선생님이라 부른다. 배움이 깊지 못한 내가 그분을 스승님이나 은사님이라 부르는 것이 행여 누를 끼치는 일일까 싶어, 이만큼 떨어져 조심스럽게 선생님이라 부를 뿐이다. 학생의 최소한의 도리를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그럴수록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는다. 냉천동에서 나는 그분께 성경을 배웠는데, 학문이 아니라 성경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를 배웠다. 모든 호칭을 배제한 한 사람 민영진, 그 하나만으로도 그 분은 내게 좋은 선생님이 되신다.

 

 

 

성서주일을 앞두고 말씀을 준비하던 중에 선생님이 떠올랐다. 몇 해 전 감신대 78학번 동기들이 선생님 내외분을 모시고 남녘으로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다. 그날 밤 우리는 둘러앉아 선생님 내외분과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궁금한 것을 여쭈면 대답을 하시는 방식이었다. 사회를 본 나는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렸는데, 친구들이 묻지 않은 것을 물어야 했다. 신학대학 교수, 성서공회 총무, 성서번역자, 목사 등 한평생을 말씀의 사람으로 살아오며 가장 이기기 힘든 유혹이나 일이 있었다면 무엇인지를 여쭸다.

 

선생님의 대답이 궁금했는데, 참으로 뜻밖의 대답을 하셨다. 내가 전하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인지,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가장 큰 유혹이라고 했다. 쇠망치로 한 대 얻어맞는 느낌이었는데, 선생님은 그 대답이 불충분하다 여기셨는지 한 마디를 덧붙이셨다.


“말씀을 전하러 갔다가 쫓겨난 적이 제 기억에는 겨우 세 번밖에는 없어요.”

 

마음이 아뜩해졌고, 멍해졌다. 말씀을 전하러 갔다가 쫓겨난 일은 내게는 한 번도 없는 일이었다. 그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선생님의 대답은 돌아보게 했다. 우리 중에 말씀을 전하러 갔다가 쫓겨난 경험이 있는 친구가 있는지를 물었지만, 아무도 손을 드는 이는 없었다.

 

선생님은 끝까지 선생님이셨다. 유난을 떠는 것만 아니라면 그런 대답을 들려주신 선생님께 넙죽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말씀의 사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선생님은 변함없이 가르쳐주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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