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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하늘의 어릿광대

by 한종호 2019. 12. 25.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50)

 

하늘의 어릿광대

 

성탄절을 맞으며 올해에도 성탄축하 행사 시간을 가졌다. 연극이며 암송이며 노래며 성탄절이 다가오기 훨씬 전부터 성탄을 준비하던 예전과는 달리 갈수록 아이들은 줄어들고, 아이들의 생활도 어른 못지않게 분주하여 성탄준비는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올해의 성탄축하행사는 어떨까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참석을 했다. 그런데 걱정은 기우였다. 연례행사라 하기에는 웃음과 감동이 함께 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참석한 어린이들과 학생들도 적지가 않았다. 예배당 안에는 성탄절의 의미에 어울리는 의미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예쁜 옷을 차려입은 유아유치부 어린이들은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주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노래를 하고 율동을 한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온 교우들의 웃음과 눈길과 박수와 카메라가 집중 된다. 그들 앞으로는 세계적인 인물이 기자회견을 할 때처럼 많은 이들이 자리를 잡는다. 그 떨림을 아이들은 평생토록 간직할 것이다. 유초등부 어린이들은 어린이답게, 중고등부 학생들은 학생답게 자신만의 빛깔과 목소리로 성탄을 축하했다. 재치와 아이디어가 별처럼 반짝이는 시간이었다.

 

 

 

 

가장 많은 웃음을 준 순서가 있었다. 앞에 나온 유초등부 어린이들은 모두가 교우들을 등지고 서 있었다. 흥겨운 복음성가가 나오는 순간 앞으로 돌아섰는데, 돌아서는 순간부터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을 보니 모두가 알만한 얼굴들이었다. 부목사, 전도사, 장로님들…, 그들 중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는 얼굴도 누가 봐도 대번 알만한 얼굴이었다. 담임목사, 내 얼굴이었다. 그런데 춤을 얼마나 잘 추는지 모두가 포복절도, 눈물이 날 만큼 웃음이 났다.

 

두어 주 전이었다. 수요일 저녁예배를 마치고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권사님 한 분이 다가와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능하면 웃는 얼굴이면 좋겠다며 몇 장을 찍었다. 갑자기 웬 사진을 찍자는 것일까, 굳이 웃는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얼까 궁금했다. 생각해보니 권사님은 교회학교 교사였고, 그날 찍었던 사진이 성탄축하 행사 무대에 등장을 한 것이었다.

 

춤이라는 전혀 모르는 담임목사를 대신해서 그리도 열심히 재미있고 흥겹게 춤을 춘 어린이가 더없이 고마웠다. 가면을 쓰고 등장을 했지만 온 교우는 마치 담임 목사가 춤을 춘 것처럼 크게 즐거워했고, 덕분에 나는 교우들 사이에서 춤 잘 추는 목사로 금방 소문이 났다.   

 

우리도 그랬으면, 우리의 모습 속에 주님의 모습이 담겼으면, 우리를 바라보는 이들마다 주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오늘 우리가 하늘의 어릿광대로 살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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