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51)
꽃으로 피어나기를
지인들과 함께 제주도를 방문하였을 때의 일이다. 곶자왈을 들러 나오는 길에 작은 식물원을 방문했는데, 초입에 놓여 있는 한 장식물에 눈이 갔다. 널찍한 바위 위에 세 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신발장에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 같았다.
가만히 보니 가족의 신발이었다. 가운데에 놓인 구두는 아빠의 신발, 그 옆에 놓인 것은 엄마의 신발, 아빠 구두에 기대 있는 작은 분홍색 운동화는 필시 어린 딸의 신발이었다. 식구들을 위해 일하는 아빠는 늘 구두 끈을 질끈 동여맸을 것이다. 살림살이에 분주한 엄마는 늘 신발 끈을 묶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호기심이 가득한 아기는 늘 종종걸음, 찍찍이가 제격이었을 것이다. 신발에는 식구들이 보내는 시간이 담겨 있지 싶어 웃음이 났다.
웃음을 더 크게 만들었던 것은 다육이 때문이었다. 신발 안에 흙을 채워 넣고 그곳에 다육이를 심은 것이었다. 다육이는 아빠 엄마 아기의 신발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다육이도 한 식구인 것처럼 정겹게 여겨졌다.
신발의 주인공인 가족을 응원하고 싶었다. 식구들이 살아낸 하루의 수고와 그러느라 흘린 땀이 꽃으로 피어나기를, 그들이 살아가는 가정에도 행복이라는 꽃이 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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