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69)
하나님의 마음
스키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규영이였다.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막내가 방학을 맞아 잠시 다녀가며 한국에 나오면 스키를 탈 수 있는지를 물었던 것이다. 식구들 중에 스키를 타 본 경험은 아무도 없었다.
막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독일에서 취직이 되어 직장생활을 시작한 규민이를 제외한 4식구가 처음으로 스키를 배웠다. 신발부터 옷까지, 스키는 장비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장비를 착용하고서 받은 초보자 강습, 재미있게도 스키는 넘어지는 법부터 배웠다.
모두가 왕초보가 되어 스키를 배우며 식구들이 놀랐던 것 두 가지가 있다. 별로 운동과 친하지 않은 큰딸 소리가 금방 스키를 탄 것과, 어떤 운동이든 잘 해서 금방 탈 줄 알았던 아빠(이 몸)가 넘어지기만 한 것이었다. 넘어지는 법을 너무 열심히 배워서 그랬을까, 아내와 나는 넘어지느라 바빴다.
한 지인의 배려로 아이들이 출국하기 전 다시 한 번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저녁예배를 마치고 떠나 늦은 밤에 숙소에 도착을 했다. 방을 배정받은 뒤 커튼을 열자 스키장이 바로 창문 앞으로 펼쳐져 있었다. 막 배운 스키를 다시 한 번 익힐 겸, 소리와 규영은 다음날 스키를 타기로 했다. 마음으로는 얼마든지 다시 도전하고 싶었지만 며칠 뒤 인도하기로 한 집회가 마음에 걸렸다. 어디라도 다치거나 삐끗하면 말씀을 전하는 일에 방해가 될 터, 참기로 했다. 결국은 소리와 규영이만 스키를 타게 되었다.
아이들을 스키장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니 아내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이들을 찾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스키를 타는 이들은 많았지만 스키장과 숙소와의 거리가 가까워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저기 리프트 타러 간다.”
“저기 내려오네. 벌써 세 번째야!”
그 일이 무엇 중요하다고 두 사람은 창문을 내다보며 열심히 아이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아이들을 발견하면 마치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좋아라 했다.
그런 시간을 갖다가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도 비슷하겠구나 싶었다. 우리들을 바라보다가 발견하면 좋아하시는, 몇 번을 넘어졌는지, 되게 넘어졌는지를 헤아려 야단을 치는 대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덩달아 기뻐하시는,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과 무엇 다를까 싶은...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족지유(吾足知唯) (5) | 2020.01.06 |
---|---|
다른 것은 없었어요 (2) | 2020.01.05 |
오래 가는 향기 (2) | 2020.01.03 |
가라앉은 목소리 (6) | 2020.01.01 |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4) | 2020.0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