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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생명을 지키면

by 한종호 2020. 2. 11.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97)

 

 생명을 지키면
 

두 주 전부터 예배실 앞에 있는 탁자 위에는 작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노란색 꽃을 피운 화분이었는데, 저만치 떨어져 볼 때 그 꽃이 생화인지 조화인지 모를 만큼 꽃을 가득 피워 올린 상태였다.

일부러 다가가서 보니 분재였다. 구불구불 비틀어진 몸이 저가 견뎌낸 세월이 얼마쯤일까 궁금증을 자아냈다. 꽃을 보니 영춘화였다. 정릉교회 담장을 따라 여인의 긴 머리카락처럼 늘어져 있는 영춘화가 화분에 활짝 피어 있었다. 예배드리러 오는 교우들에게 어서 오라며 환한 웃음을 건네는 것 같이 빙긋 웃음이 났다.

 

 

 

 

꽃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마침 지나가던 홍 권사님이 내게로 다가왔다. 조경 일을 하면서 정릉교회 조경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권사님이다. 분재는 권사님이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집에서 정성껏 길러 교우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었다. 꽃이 참 아름답다고 인사를 하자 권사님이 말했다.


“실은 이 분재에서 정릉교회 마당에 있는 영춘화가 퍼져나간 거예요. 이 분재가 퍼뜨린 영춘화가 꽤 많답니다.”

 

화분 속 작은 분재에서 퍼져나가 많은 담장을 눈부신 꽃으로 수놓고 있는 영춘화, 권사님의 말은 숙연함으로 다가왔다. 


누구라도, 그 어떤 존재라도 제 선 자리에 뿌리를 내려 생명을 지키면 얼마든지 생명을 나눌 수 있는 법, 내 선 자리 비좁다고 원망으로 시간을 보내면 안 되는 것이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보는 영춘화 분재의 자태가 의젓하고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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