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87)
생각은 마음의 그림자
우리의 내면에는 대상과 마주치는 찰라에 거울에 비추듯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한 마음이 있습니다. 곧이어 생각이 그림자처럼 뒤따릅니다. 종종 그 생각은 마음을 지우는 지우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라면서 받아온 교육으로 인해 습관화 되고 규격화 된 생각에 비하면 마음은 시시하고 싱겁게 보이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 순간 기도로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림자가 된 생각에게 그 첫마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온 나라가 코로나에 촉각을 곤두 세우며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 소식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신천지 측의 대응방법입니다.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과 교인들의 입을 봉쇄시킨 일입니다.
세상을 향해 귀는 열어놓되 흔들리는 중에도 매 순간 마음에 평정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방법 중 우선시 되는 방법 하나가 매 순간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깨어서 지켜보는 일입니다. 호흡의 결이 곧 마음의 결로 이어지니까요. 코로나에 대해서도 지나친 과잉 대응과 소극적인 대응 둘 다를 견지하려는 입장입니다. 매 순간 흔들리는 마음에 중심을 잡아가는 일. 내 마음이 고요할 때 마음 거울에 비치는 대상과 사회 현상이 보다 실체에 가까운 모습을 드러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의식 또는 비몽사몽, 명상의 순간, 침묵의 기도를 드리는 대상과 마주치는 바로 그 순간, 거울에 비추듯 동시에 떠오른 그 첫마음이 바로 본래 마음 즉 본성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다양하게 이름 부르는 영성, 불성, 본 마음, 참자아, 근본, 근원, 성령 등 본래 마음의 이름들입니다. 곧이어 뒤따르는 의식화된 생각은 단지 본래 마음의 그림자인 것입니다. 순간을 영원으로 사는 일은 본성대로 살아가는 일이 아닌가 하고요. 지상에서 천국을 누리는 삶으로.
저에게 시를 쓰는 일은 고요한 가운데 그림자인 생각 너머에 실체인 마음을 포획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마음을 바라보고, 글과 시를 쓰는 일은 평생을 두고도 다함이 없는 일이 됩니다. 그렇게 또한 마음을 비운 만큼 즐거히 걸어가는 자유로운 순례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기에. 그 길을 묵묵히 펑온한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걸음에 자연은 경전이 되고, 가장 의롭고 다정한 벗이 되어줍니다. 소로우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사랑으로 가득한 지구별에 산책을 나온 관조자이자 행복한 산책가이니까요.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세기 1:2). 사람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산책의 평온함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매 순간일 수 있을런지요.
그리고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은,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계십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여호와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잠언 3:5~6).
'인정하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인정하는 일. 단지 그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직업과 계층과 종교와 세대를 초월해서 시는 우리 인간에겐 더없이 좋은 공부의 방편이 될 수 있을 테고요. '소유는 적으나 존재는 넉넉하게'. 자연과 세상은 즐길 줄 아는 눈을 지닌 자에게는 이 세상은 풍성하게 존재할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가득찬 천국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소로우의 삶이 그러하였고. 법정스님에겐 인생의 목표였으며. 제 삶에서도 지향점이 되는 아름답고 온전한 진리의 말이 됩니다.
말씀으로 계신 하나님이 이 세상을 말씀으로 창조하셨기에 말과 글이란 특히 시란. 저에게는 시가 자연과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고 빛이 됩니다. 아무리 그럴싸한 사고와 뛰어난 생각이라 할지라도 생각은 마음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마음 공부란 뭘 더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있는 청정하고 천진난만한 본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 지우지 않는 것이라던 선각자들의 말씀이 귀를 맑고 환하게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 중에 '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네 마음을 지키라. 모든 생명이 이에서 남이니.' (잠언 4:23)
기독교에선 영성, 불교에선 불성, 진리의 영인 성령, 예수님이 가시면서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선물로 주신 양심이라고 말하는 우리의 본래 타고난 마음 즉 본성. 저에게는 회복해야 할 실재입니다. 그 청정한 본 마음이 실체입니다. 저에게 윤동주 시인의 시는 제가 시시하다고 버리고 지운 그 마음 조각들을 소중하게 품어 안으며 시대의 추운 겨울 밤을 살다간, 그는 맑은 하늘을 지닌 아름다운 한 영혼입니다.
마음
...
오솔길
나무 그림자 보면서
시시하다고
얼마나 많이 지웠나
물웅덩이
하늘 그림자 보면서
싱겁다고
얼마나 많이 버렸나
본래 마음
내 마음 경전(經典)
그림자가 품고
물웅덩이가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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