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9)
눈빛
거리 풍경이 바뀌었다. 폭풍이 몰려온다는 소문을 듣고 서둘러 새들이 떠난, 동화 ‘소리새’ 속 새터 같다. 차량도 인적도 평소와는 확연히 다르고,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도 생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느낌을 말하자면 도시 전체가 잿빛 표정이 된 듯하다.
밖에 나가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게 무슨 변괴인가 싶어 나라도 마스크를 쓰지 말아야지 싶어 길을 나서지만, 오가는 사람들은 그런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지나간다. 교우라도 만나게 되면 펄쩍 뛰며 어찌 마스크를 쓰지 않았냐고, 마스크가 없냐고 걱정스레 묻는다.
예배에 참석하는 교우들도 마찬가지여서 거의 대부분의 교우가 마스크를 쓰고 오고, 지난 주일에는 마스크를 쓴 채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너희가 아무리 변장을 해도 나는 누가 누군지 다 안다는 마음속 한 음성을 주님의 농처럼 들으며 말이다.
이런 와중에 한 가지 새로운 것이 있다. 사람들의 눈매가 눈에 띈다. 마스크 위로 드러난 부위는 두 눈뿐, 마스크를 쓰니 오직 눈만을 마주하게 된다. 서로의 눈을, 눈빛이나 눈매를 이렇게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싶다. 눈만을 보다보니 눈에도, 눈매에도 제각각 표정이 있다. 사람은 얼굴만 다른 것이 아니었다. 눈빛도, 눈매도 자기만의 고유한 표정이 있었다.
눈이, 눈빛이, 눈매가 선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또 하나의 표정을 갖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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