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08)
단호함과 너그러움
단호함과 너그러움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 간의 일도 그렇거니와 목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너그러움만 앞세우면 길에서 벗어나기가 쉽고, 단호함만 앞세우면 생명을 잃기가 쉽다.
지난 주일만 해도 그랬다. 신천지에 속한 사람들의 지역교회 출입이 현실적인 염려로 전해졌고, 정릉교회도 나름대로의 처방을 강구했다. 여러 개 되는 출입문을 하나로 단일화 했고, 교우가 아닌 이들에게는 카드를 작성하게 했다. 카드에 적은 전화번호가 맞는지를 확인하고 예배에 참석하도록 했다. 이야기를 들은 2명은 카드를 작성하지 않은 채 돌아섰고, 10명은 카드를 쓰고 예배에 참석을 했다.
평소 같았으면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교회가 예배 시간에 사람을 선별하여 받다니 말이다. 내 스스로에게도 영 어색하고 불편한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 방비책도 없이 예배를 드리다가 염려했던 일들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가 없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혹시라도 좋은 마음으로 예배하러 왔다가 자신이 불신 받고 있다는 서운함이나 상처를 안고 돌아서는 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 앞에서는 너그러움을 생각하게 되고, 잘못된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찾아온 이를 너무 쉽게 받아들여 교회가 치명적인 피해를 보면 안 된다는 마음 앞에서는 단호함을 생각하게 된다.
주중의 모든 예배를 가정예배로 대체하는 결정을 어렵게 내렸으면서도, 당분간 교인이 아닌 사람은 아예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과, 주일낮예배까지도 중단하고 영상으로 예배를 대신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 앞에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이 어려울 때 너그러움과 단호함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 하나하나의 결정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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