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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

이름을 지우다

by 한종호 2020. 3. 2.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3)

 

이름을 지우다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신천지의 태도는 혹은 신천지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이런 상황 속에서 누군가 의미 있는 발언이나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에 페북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았다.

 

고맙고 든든한 눈길이 가는 내용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들도 적지가 않았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말들을 쏟아놓고 있었다. 지독한 경멸을 담은 글에 맞장구를 치면서 댓글을 달아 비아냥거리는 사람들, 희번덕거리는 웃음에 광기가 떠오르는 경우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온통 나라를 걱정하고 전염병을 걱정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의 관심은 진정한 걱정보다도 가벼운 혐오와 증오를 쏟아놓는 것이었다. 그들은 희망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절망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목소리를 높여 하고 있는 일은 고작 혐오와 증오라는 지독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이었다.

 

 

 

그들은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자신들이 외치는 내용이 자신들이 쏟아놓고 있는 막말과 혐오와 증오로 인해 스스로 부정당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옳지 못한 경우, 나는 그가 하는 말을 신뢰할 수가 없다. 광장 한복판에서 날이 시퍼런 낫을 들고 광란의 춤을 추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내 생각이 옳다면 당연히 이야기를 하는 방식도 옳아야 한다.

막말을 퍼붓고 있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확인해 보았더니 폐친인 경우들도 있었다. 망설임 없이 한 사람 한 사람 눈에 띄는 대로 친구 끊기를 해나갔다. 그렇게 이름을 지워나가니 그나마 절망스러운 마음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저렇게 알고 있다는 이유로 지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현실 앞에서 한 가지 다짐을 한다. 이런 일이 계속 짐으로 남는다면 미련 없이 페북을 접기로 한다. 홀가분함을 택하기로 한다.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이다.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지우듯 누군가도 내 이름을 지울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많은 관계들은 견고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고, 정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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