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이불거(功成以不居)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15)

 

 공성이불거(功成以不居)

 

하지도 않은 일을 자기가 한 것인 양 자랑 삼아 드러내면 영락없는 하수다. 눈이 수북이 내린 날, 이른 아침에 보니 누군가 마당을 깨끗하게 쓸었다. 주인대감이 마루에 서서 “누가 쓸었을꼬?” 묻자 냉큼 빗자루가 대답을 한다. “제가 쓸었어요.” 대답을 듣고는 다시 물었다. “정말 네가 쓸었느냐?” “예, 정말 제가 쓸었어요.” 그러자 대감은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 네가 쓸었다고?” 그제야 빗자루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실은, 박 서방이 쓸었어요.” 눈을 쓴 박서방은 지게를 지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간 참이었다.

 

 

 

좋은 일을 하되 자기가 한 것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도 또 다른 하수다. ‘기자불립 과자불행’(企者不立 跨者不行)이라 했다. ‘까치발을 하고서는 오래 서있지 못하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서는 제 길을 걷지 못한다’는 뜻이다.

 

밑줄을 그어야 할 말은 따로 있다. ‘공성이불거’(功成以不居)’다. ‘공(功)을 이루되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겠다. 공(功)을 이루되 어떤 공도 공으로 여기지를 않는다. 그러니 머물 일도 머물 맘도 없다. 그나마 세상이 이만큼 밝고 따뜻한 것은 묵묵히 공성이불거(功成以不居)의 길을 가는 사람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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