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34)
하이든과 수채화
며칠 전 지강유철 전도사님이 지인과 함께 정릉을 찾았다. 지난번 신앙강좌 시간을 통해 장기려 선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이 있었다.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마음을 전해들고 가방에 여러 개의 시디를 챙겨왔으니 나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걸음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둘러앉아 챙겨온 음악을 들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가의 삶과 음악에 담긴 이야기, 연주자나 지휘자에 얽힌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네 삶과 정치 교회와 신앙 혹은 문학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으면서도, 식당 바로 앞에 있는 이태준 생가에서 차를 마시면서도 이야기는 내내 이어졌다.
우리가 나누는 시간이 좋아서 모임 하나를 제안하기도 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들으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날 챙겨온 음반 중에는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도 있었다. Hamelin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음반이었다. 그 음반을 소개하며 전도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수채화 같은 곡이에요.”
세상에, 누군가의 곡을 두고 수채화 같다고 하는 말을 나는 처음 들었다. 그것은 그렇게 말하는 이의 마음, 음악을 듣는 마음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처럼 다가왔다.
언제 어디가 될 지야 어떻게 알까만, 그런 자리가 마련되면 참여하면 좋겠다. 하이든과 수채화를 연결시키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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