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이 하루 한 생각(457)
걸어가는 사람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 사상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이 피카소와 자코메티라 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1억7936만5000달러)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1억4128만5000달러)가 그것이다. 액수가 천문학적이어서 잘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천재 화가라 불리는 피카소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그의 이름은 순이나 철수처럼 익숙하다. 반면 자코메티는 그 정도는 아니지 싶다. 그런 통계가 어디 있을까만, 피카소를 모르는 사람이 자코메티를 아는 사람보다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언젠가 미술에 대한 관심이 깊은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피카소가 늘 콤플렉스를 느낀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자코메티라는 것이다. 세상에 알려진 바로는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그럼에도 피카소는 스무 살이나 어린 자코메티에게 열등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자코메티의 작품을 보면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어렴풋 짐작이 된다. 자코메티는 대번 본질을 표현한다. 군더더기를 과감하게 버리고 본질을 남긴다. 훌륭한 표현보다는 과감한 버림이 본질에 더 가깝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애써 표현한 것을 누군가는 버림을 통해 단숨에 표현한다면, 그 앞에 벽을 느끼지 않을 이가 누가 있을까.
자코메티는 세계1,2차 대전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다.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바라보며 인간과 세상에 대해 허망함을 느낀 것이 그의 작품에 투영된 것은 아니었을까 모르겠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우리 모두 전무후무한 경험을 했으니 우리 또한 달라졌으면 좋겠다. 우리 삶을 어수선하게 했던 군더더기를 버리고 본질에 닿았으면 좋겠다.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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