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59)
권사님의 기도
환하고 순한 저녁볕이 깔리는 시간, 누군가 한 사람이 예배당 마당으로 들어선다. 원로 권사님이다. 가방을 멨고 마스크를 썼지만 누군지를 안다. 함께 한 시간이 아직 많지는 않지만 모습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교우들이 있다. 누군지를 짐작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긴 하다. 처음 대하는 모습이 아니다. 몇 번째 같은 모습을 본 것이다.
예배당으로 올라서는 길은 약간의 경사, 그런데도 권사님의 걸음은 더디고 힘겹다. 그 또한 나이와 건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예배를 생명처럼 여기는 권사님의 믿음으로 보자면 예배를 마음껏 드리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은 그 어떤 것보다도 마음을 무겁게 할 것이었다.
당신의 자리를 정해 놓은 듯 권사님은 망설임 없이 정원 의자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직원들이 퇴근했을 저녁시간이기도 하거니와 코로나 바이러스 인해 예배당 문은 잠겨 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권사님은 이 시간을 택해 예배당을 찾아와 예배당을 마주보며 기도를 드리시는 것이다.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권사님의 모습 속엔 다니엘의 모습이 담겨 있다. 왕 외의 어떤 신에게나 사람에게 무엇을 구하면 사자 굴에 던져 넣기로 한 조서에 왕이 도장을 찍은 것을 알면서도, 자기 집 윗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던 다니엘 말이다. 다니엘의 기도를 들으신 주님이 권사님의 기도를 들으시기를, 권사님의 모습을 보며 함께 기도를 드린다.
가만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던 권사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조심스레 경사진 길을 내려간다. 권사님의 등에 저녁햇살이 가득하다. 부디 권사님 홀로 드실 방까지 따라가 그 방 따뜻하게 해 드리기를, 밤 기도 마치고 주무실 때에도 따뜻한 기운 내내 남아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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