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189)
한밤중에 울린 독경소리
바람도 잠든 한밤중에
은은하게 들려오는 풍경소리
고요한 소리를 따라서
골방까지 풍겨오는 참기름 냄새
귀를 순하게 맑힌 풍경소리는
밥숟가락이 살금살금 밥그릇에 닿는 소리
골방에서 책 읽는 엄마 몰래
주방에서 배고픈 아들 스스로 달그락
그 소리가 순하고 미안해서
앉았던 몸을 일으킨다
입에 달게 또는 쓰게 <성철 평전>을 읽느라
상대 세상의 시시비비(是是非非)를 잊은 절대의 시간
스물네 살의 허기진 가슴에 달그락거리던
성철 스님의 "자기를 속이지 마라."
마흔 살이 넘은 지금도
홀로 있는 내 골방에 절로 울리는 독경소리
그리고 비로소
"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네 마음을 지키라.
모든 생명이 이에서 남이니."
환한 말씀의 옷자락에 시름을 내려놓으며
쉼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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