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30)
어떤 기도
새벽 세 시경 일어나 세수하면 그나마 눈이 밝습니다.
성경 몇 줄 읽곤 노트를 펼쳐 몇 줄 기도문을 적습니다.
머릿속 뱅뱅 맴돌 뿐 밖으로 내려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는 서툰 기도 몇 마디,
그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 두 방울 물 받듯 노트에 적습니다.
그러기를 며칠, 그걸 모아야 한 번의 기도가 됩니다.
그러나 그걸 한 데 모았다고 끝난 건 아닙니다.
흐린 눈, 실수하지 않으려면 몇 번이고 읽어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 때마다 흐르는 눈물,
같이 자는 남편 놀라 깨기도 하고,
몇 번이고 눈물 거둬 달라 기도까지 했지만,
써 놓은 기도 읽기만 해도 흐르는 눈물,
실컷 울어 더 없을 것 같으면서도 기도문 꺼내 들면 또다시 목이 잠겨 눈물이 솟습니다.
안갑순 속장님의 기도는 늘 그렇게 준비됩니다.
“다음 주일 속장님 기도입니다.” 알려드리면 한 주일이 그렇게 후딱 지나갑니다.
백발의 세월, 아픔 배인 삶.
내 맘 아는 이, 내 맘 아뢸 이 주님 밖에 없어 그 앞에 입을 열면 말보다도 눈물이 먼저입니다.
몇 마디 말 눈물에 잠기고 말지만, 속장님에겐 눈물이 기도입니다.
<얘기마을>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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