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정은

한희철의 얘기마을(43)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정은




버스를 타러 신작로로 나가는데 길가 논에서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일을 하고 있었다. 반백이었던 머리가 잠깐 사이 온통 하얗게 셌고, 굽은 허리는 완전히 기역자로 꺾였다.


할아버지는 쇠스랑대로 논에 거름을 헤쳐 깔고 있었다.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는 “올해도 농사하세요?” 하고 여쭸다. 나이도 나이고, 굽은 허리도 그렇고, 이젠 아무리 간단한 농사라도 할아버지껜 벅찬 일이 되었다. 


잠시 일손을 멈춘 할아버지가 대답을 했다. 


“올해까지만 짓고 내년에는 그만 둘 꺼유.”


할아버지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안다. 할아버진 지난해에도 그러께도 같은 대답을 했다. 아마 내년에도 같은 대답을 하실 게다. 올해까지만 짓고 내년엔 그만 두겠다고. 


언젠가 취중에 ‘눈에 흙 들어갈 때 까정은 이렇게 일하며 살 거’라던 할아버지는,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흙을 일구실 것이다. 그걸 당신 삶으로 알 것이며 그런 삶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담 내년엔 그만 둔다는, 입버릇 된 되뇜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얘기마을>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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