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왜 왔니?

한희철의 얘기마을(39)


우리 집에 왜 왔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가 뒤로 돌아 게시판에 머리를 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욀 때 모두들 열심히, 그러나 조심스럽게 술래 쪽으로 나아갔다. 느리기도 하고 갑자기 빨라지기도 하는 술래의 술수에 그만 중심을 잃어버리고 잡혀 나가기도 한다. 그러기를 열댓 번, 술래 앞까지 무사히 나간 이가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는 동안, 그동안 잡아들인 사람들의 손을 내리쳐 끊으면 모두가 “와!”하며 집으로 도망을 친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을 따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따겠니, 따겠니, 따겠니?”


두 패로 나뉘어 기다랗게 손을 잡곤 파도 밀려갔다 밀려오듯, 춤추듯 어울린다. 따지듯 점점 목소리가 커진다. 어느새 발그래진 모두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조용하고 작은 단강초등학교 교정, 유쾌한 함성이 번진다. 지난 여름성경학교 때 내려와 아이들을 가르쳤던 용두동교회 청년들이 성탄절을 앞두고 다시 단강을 찾은 것이다. 쑥스러워 하는 아이들. 천성의 부끄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생님들 대하기 부끄러운 건 배우긴 그렇게 안 배웠으면서도 그동안 교회에 빠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 모르지 않는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한바탕 어울려 뜀으로 쑥스러움을 흔쾌히 털어낸다. 



이필로 속장님 댁에서의 저녁식사. 30여명의 적지 않은 식사였지만 속장님은 즐거움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속장님은 물론 딸 혜영 씨, 문현이, 옆집에 사는 설정순 집사님의 손길도 분주하였다.


먼 길 차를 탔고, 아이들과 한바탕 뛰기도 했던지라 시장기가 동하기도 했겠지만 청년들은 정말 맛있게 밥 두 세 그릇을 쉽게 비웠다. 어디 가게에 나가 장 봐 온 게 아닌, 농사 지어 만든 상 위 가득한 반찬들, 그게 고향 맛 아닌가. 정성으로 차려주신 손길, 맛있게 든 손길 모두가 고마웠다.


모처럼 꽉 찬 예배당, 또 다시 절실한 젊은이 떠난 농촌의 빈자리. 저녁예배를 마치고 선생님들이 준비한 연극을 보았다. 아기 예수 탄생 시 떴던 별에 대해 갖는 박사들의 진지한 관심, 혹 아이들에겐 어려운 내용이었을지 모르지만 알리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비한 별 있음을.


연극을 보는 아이들 눈망울이 총총하다. 이어 나타난 산타 할아버지, 뒷짐 빨간 보따리엔 선물이 가득하다. 언젠가 예배를 드리며 “산타가 있을까?” 했을 때, “우리 마을엔 없어요.” 했던 한 아이의 대답을 듣곤 마음이 아팠었는데, “아니야, 오실 거야. 착한 너희들을 두고도 안 오신다면 산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야.” 하며 정말 산타가 없다면 나라도 밤을 새워 아이들 머리맡 선물 전해야지 했는데, 정말 멋진 산타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정말 산타가 찾아왔구나.


한 사람 한 사람 나가 선물을 받는다. 제일 먼저 나간, 제일 어린 경민이는 처음 보는 산타가 신기하고 무서워 두 눈이 왕방울만 해졌고, 자꾸만 뒷걸음질을 쳤다. 겨우 언니 품에 안겨 앞에 나가 선물을 받았다.


고마운 선물. 외로울 수 있었던 가슴 외롭지 않게 사랑으로 받은 고마운 선물. 내년에 또 보자며 산타는 떠났다. 아이들 마음속으로.


주일 예배를 드리며 헌금을 바치는데, 용두동교회 청년부가 드린 감사헌금이 있었다. 거기에 적힌 감사 내용을 읽으며 문득 가슴엔 따뜻한 눈물이 고인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 감사드립니다.” 


 -<얘기마을>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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