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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차 한 잔

by 한종호 2020. 8. 12.

신동숙의 글밭(209)


차 한 잔



빈 가슴으로

마른 바람이 불어오는 날 문득

차 한 잔 나누고 싶어

이런 당신을 만난다면


푸른 가슴에 

작은 옹달샘 하나 품고서 

때론 세상을 가득 끌어 안은 비구름처럼 

눈길이 맑고 그윽한 당신을 만난다면

차 한 잔 나누고 싶어


어둔 가슴에 

작은 별빛 하나 품고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희미한 너를 빛나게 하는

목소리가 맑고 다정한 당신을 만난다면

차 한 잔 나누고 싶어


이런 당신을 만난다면

하얀 박꽃이 피는 까만 밤 서로가 아무런 말없이 

찻잔 속에 앉은 달빛을 본 순간 문득 고개 들어

저 하늘에 뜬 달을 우리 함께 바라볼 수 있다면 


그러나 이런 당신이

지금 내 곁에 있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는

내가 이런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는 노랫말처럼


어느새 고요해진 가슴에 

작은 옹달샘 하나 때론 별빛 하나 품고서

홀로 차를 마시는 내 모습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한 편의 詩가 되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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