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215)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마음으로 떠올리면
그 사람은 사라지고
빈탕한 허공만 보인다
자사(子思)의 중용(中庸)에서
그는 하늘을 꿰뚫어 보고
부처의 중도(中道)에서
그는 하늘을 똑바로 보고
기독교의 성경에서
그는 하늘을 알아보고
젊은 노비 청년에게서
그는 하늘을 살피어 보고
그 어른은 치매가 와도
하늘을 우러러보며
"아바지"만 부르더라
숨을 거두던 마지막 순간에도
하얀 수염 난 입에선 "아바지"로
이 땅에 씨알 같은 마침표를 찍고
탐진치의 거짓 자아인 제나를 비움으로
투명해진 참자아인 얼나를 통하여
보이는 건 맑은 하늘 뿐
그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하늘이기에
그가 거하는 곳은 이 땅을 채우는
없는 듯 계시는 하늘이기에
그의 움직임은 춤사위가 되고
제소리는 하늘의 숨인 말씀이 되어
오늘도 나의 빈 가슴에 살아서 숨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