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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늙은 농부의 기도

by 한종호 2020. 8. 18.

한희철의 얘기마을(58)


늙은 농부의 기도 



나의 몸은 늙고 지쳤습니다. 

텅 빈 나뭇가지 위에 매달려 

서너 번 서리 맞은 호박덩이 마냥

어디 하나 쓰일 데 없는 천덕꾸러기입니다. 


후둑후둑 벗겨내는 산 다랑이 폐비닐처럼 

툭툭 생각은 끊기고 

이느니 마른 먼지뿐입니다. 


이제 겨울입니다. 

바람은 차고 몸은 무겁습니다. 

오늘도 늙고 지친 몸으로 예배당을 찾는 건

까막눈 상관없는 성경책 옆구리에 끼고 예배당을 찾는 건

그나마 빈자리 하나라도 채워 

젊은 목사양반 허전함을 덜려는 마음 궁리도 있거니와

볼품없는 몸으로 예배당을 찾는 건

거친 두 손 모아 남은 눈물 드리는 건 

아무도 읍기 때문입니다. 


내 맘 아는 이 

내 맘 아뢸 이

아무도 읍습니다. 

하나님 아부지. 

여기엔 아무도 읍습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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