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59)
아픔 배인 삶
“이적지 살아온 얘기 전부 역그문 책 서너 권도 넘을 게유. 근데 얘기 할려문 자꾸 자꾸 눈물이 나와. 그래 얘기 못 허지.”
뭉뚝 뭉뚝 더듬어 이야기하는 할머니의 팔십여 평생, 굽이굽이 아픔 배인 삶입니다. 어쩌면 그리도 삶은 할머니 한 평생의 삶을 눈물과 한숨으로 물들였는지. 진득한 기쁨으로부턴 늘 그만한 거리로 격리돼 온 백발의 삶이 아립니다.
“그래도 할머닌 밝게 사시잖아요?”
“속상한 일 있을 적마다 꿀꺽 꿀꺽 삼켜 썩혔지. 이적지 남 미워하지 않구 살았어.”
삶이 얼마나 단순한 것이며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덤덤한 이야기 끝 끝내 소매로 눈물 훔치는 할머니를 통해 배웁니다.
-<얘기마을> (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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