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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이중 잣대

by 한종호 2020. 8. 20.

한희철의 애기마을(60)


이중 잣대


어린 딸 소리와 함께 들로 나갔다 오는 길이었습니다. 곳곳에 들국화가 참 곱게 피어 있었습니다. 보아주는 이 없어도 여전히 피어나 대지를 수놓는 들꽃의 아름다움, 방에 꽂아둘까 하여 그 중 몇 개를 꺾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빠, 그럼 꽃이 아야야 하잖아!” 


눈이 동그래진 소리가 꽃 꺾는 날 빤히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예전에 소리가 교회 주위의 꽃을 꺾을 때, 그렇게 꽃을 꺾으면 꽃이 아파할 거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걸 기억하고 있는 어린 딸 앞에서 내가 꽃을 꺾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내 이중 잣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에겐 엄격하고 자신에겐 관대한, 드물긴 하지만 남에겐 관대하고 자신에겐 엄격한 이중 잣대, 내 삶 속에 이중 잣대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를 재는 잣대와 남을 재는 잣대가 서로 다른,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모순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전해 준 들국화를 손에 쥔 채 소리는 콧노래를 불렀지만, 어린 딸의 그 말은 나를 분명하게 꾸짖고 있었습니다. 


-<얘기마을> (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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